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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 망각의 각인
대구 아트 프로젝트 2021
BREATH-OBLIVION,IMPRINTED 2021
Art project in Daegu
김강순 (81)
"아이고 고마워라
정말 고마워"
2021 09 10
그녀는 한참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매주 금요일 검정 봉지에 담긴 반찬을 건내 주러 가
항상 열려 있는 현관문에 서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강순씨의 뒷모습에
큰 소리로 불러도 항상 듣지 못했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방문 앞에 서서 인기척을 내어도
그녀의 어깨를 한번 툭 치기 전까지는 누가 오는지도 몰랐다.
매주 보는데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는
항상 불편한 다리를 두 팔로 지탱해 일으켜 굳이 일어서서는
너무나 공손하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쩌다 현관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신발장에 반찬 봉지를 두고 나오며
유선 전화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지만
아무리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연신 “어디냐”는 말만 되풀이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안심하며 전화를 끊었다.
12월의 셋째주 금요일
그녀 몫의 반찬 봉지 하나가 빠졌다
그토록 보고싶다던 아들이 오랜 타지생활 끝에 돌아왔다고 했다
빠졌던 한 봉지 대신 두 봉지를 다시 넣어 그녀의 집을 찾았다
이제는 현관에서 소리 높여 그녀를 부르지 않는다.
여전히 문은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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