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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 망각의 각인
대구 아트 프로젝트 2021
BREATH-OBLIVION,IMPRINTED 2021
Art project in Daegu
박창영 (74)
“참 좋은 시절이 많았는데,
언제 그런 날이 다시 올까 모르겠네
후회 되는건 없지, 정말 열심히 살았다니까
그저 자식들한테 더 해주지 못한게 후회라면 후회지
2021 10 03
가로등이 막 꺼져 가던 이른 새볔
공원 화장실 앞에 불켜진 택시를 세워 놓고 담배를 피던 창영씨에게 타도 되는지 묻고는
조금 비껴 서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가 털어낸 불똥이 어스름한 새볔 축축한 바닥에 떨어질 때, 몇 번 태우지 못한 담배를 끄고는
택시에 올랐다.
새볔 부터 어디를 가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몇 마디를 이어 갔고
작품 설치하러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탄다고 말에
미술을 전공했던 둘째가 살아있으면 꼭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창영씨의 지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직도 그 날들을 기억한다
울산에서 간단한 짐꾸러미를 지고 도착했던 터미널의 새벽 공기와
하루를 쉬지 않고 택시를 몰아 장만했던 산격동의 집 대문을 넘던 날
어느 죽일 놈의 인간 때문에 돌아오지 못한 둘째 아들을 만나러 달려 가던 2003년의 그날 아침
유난히도 많았던 신호등의 깜빡거림과
마지막이 아닌걸 알면서도 첫째에게 내어주려 마음 먹고 펼쳐 본 적금 통장에 빼곡히 찍혀 있던 그 숫자들
그의 차 안에는 이제는 보지 못할 둘째의 어린 모습과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첫째의 가족 사진
그리고 3년 전 먼저 떠난 부인과 처음으로 여행했던 제주도의 성산 일출봉에서 찍은 사진이
오밀 조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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