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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9

머리 아픈덴

파스가 특효야

그런데 요즘은

영 시원챦아

그는 박스 아저씨로 불렸다

동이 틀 때쯤 리어카를 끌고 나가

해가 질 때까지

이동네 저동네를 돌며

켜켜이 쌓은 박스를 싣고 다녔다

언제 어디서 왔는지

아는 이는 없었지만

아이들을 좋아해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던 그를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은

그저 박스아저씨로 불렀다

언제 부턴인가 길에서 리어카를 세워 놓고

앉아 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는 그는

2021년 8월 어느날

해도 들지 않는 작은 반지하 방에서

잠에 들고는 깨지 못했다.

뇌졸증인지도 몰랐던 아저씨의 머리에는

아직 냄세가 가시지 않은 파스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는 2021년의 19번째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어

“21/19” 라는 라커로 뿌려진 묘비명으로

해가 좋고 높은 곳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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