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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 : The edge of oblivion - 2020 > 2021
Public art project in Seoul and Busan
내나이 18세에
정든 고향인 밀양을 떠나
큰 꿈을 안고 상경하여
일찍이 아내를 만나
해도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부터
입고, 먹고 싶은 것을 아껴가며
그렇게 40여년의 세월을
미싱을 밟아가며 몇번의 이사 끝에
56세에 내 이름이 걸린 작은 집을 마련하고
이제 8년이 지나 아들 딸도 출가하여
부인과 함께 이제는 조금씩
먹고싶은것도 먹고 가고싶은 곳도 다니며
이곳에서 남아있는 삶을 준비하고자했다.
허나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난다.
을지로에서 맞춰온 명패를 박고 뜬눈으로 샜던 밤과
작은 마당에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삶의 고단함을 잊었던
모든 기억들이 묻혀 사라지지만
기억하고자한다
기억되고자한다
나의 삶 나의 희망
나의 모든것이었던
서울, 장위동에서의
48년을
-작가노트 중에서 ( 장위동 김상필 할아버지의 삶에 부쳐 )
이제는 장위 10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삶의 흔적이 사라질 이곳에
한글자 한글자를 따라 벽을 파내고 녹슨 철문의 세월을 긁어
나와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지난 삶을 새긴다.
새겨진 글자들은 허물어지고 결국 파편이 되어 바닥에 흩어지지만
그 무너진 폐허 속에서 다시 이야기들이 숨을 쉬고
새로운 희망이 되어 점점이 솟아오른다
바람에 부풀려지는 펜스의 천막들처럼 숨을 쉬며 비대해지는 도시는
우리를 품는가
아니면 밀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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